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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어떤 날 - 도종환

jjs2275 2010. 11. 28. 10:02
 
                   어떤 날은 아무 걱정도 없이
                   풍경 소리를 듣고 있었으면
                   바람이 그칠 때까지
                   듣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집착을 버리듯 근심도 버리도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나뭇잎을 다 만나고 올 때까지
                   홀로 있었으면
                   바람이 소쩍새 소리를
                   천천히 가지고 되오는 동안 밤도 오고
                   별 하나 손에 닿는 대로 따다가
                   옷섶으로 닦고 또 닦고 있었으면
                   어떤 날은 나뭇잎처럼 즈믄 번뇌의
                   나무에서 떠나
                   억겁의 강물 위를
                   소리없이 누워 흘러갔으면
                   무념부상 흘러갔으면                                                                 
詩: 어떤 날 - 도종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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