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시

붙잡아 둘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 도종환

jjs2275 2017. 1. 17. 23:26

                       붙잡아 둘 수 있는것은 아무것도 없다 / 도종환
                          분명히 사랑한다고 믿었는데                     
                          사랑한다고 말한 그 사람도 없고
                          사랑도 없다
                          사랑이 어떻게 사라지고 만 것인지
                          골똘히 생각하는 시간에도
                          사랑하는 사람은 점점 멀어져 가고
                          사랑도 빛을 잃어 간다
                          시간 속에 영원히 살아 있는 것은 없으며
                          낡고 때 묻고 시들지 않는 것은 없다
                          세월의 달력 한 장을 찢으며
                          벌써 내가 이런 나이가 되다니,
                          하고 혼자 중얼거리는 날이 있다
                          얼핏 스치는 감출 수 없는 주름 하나를 바라보며
                          거울에서 눈을 돌리는 때가 있다
                          살면서 가장 잡을 수 없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나 자신이었다
                          붙잡아 두지 못해
                          속절없이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것,
                          흘러가고 변해 가는 것을
                          그저 망연히 바라보고 있어야 했던 것이
                          바로 나 자신이었음을
                          늦게 깨닫는 날이 있다
                          시간도 사랑도 나뭇잎 하나도 어제의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늘 흐르고
                          쉼 없이 변하고 항상 떠나간다
                          이 초겨울 아침도,
                          첫눈도,
                          그대 사랑도
                          붙잡아 둘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꿈꾸는 섬 - 정세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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