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시

얼굴 반찬 - 공광규

jjs2275 2017. 5. 30. 08:25
                                  얼굴 반찬 - 공광규
                                         옛날 밥상 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 머리에 간식처럼 앉아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 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 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 머리에 얼굴 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