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시

[스크랩] 그믐 밤 - 오성환

jjs2275 2011. 2. 1. 08:50

                                                                                                                          섣달 그믐 밤,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된다고
                                                                                                                          누나는 정말처럼 심각하게 애기하고
                                                                                                                          눈꺼풀은 사돈하자고 자꾸 졸라대고
                                                                                                                          자버리면 눈썹이 하얗게 될 것 같고
                                                                                                                          어제 장날
                                                                                                                          엄마가 새로 사준 운동화 끌어안고
                                                                                                                          끈을 풀었다 꾀었다....
                                                                                                                          엄마는 부엌에, 솥안에, 뒤주안에,
                                                                                                                          소 마구에, 마당가운데
                                                                                                                          촛불, 호롱불 밝히고
                                                                                                                          설날은 멀었다.
                                                                                                                          하얗게 보낸
                                                                                                                          그믐밤은 길었다.

詩 :그믐 밤 - 오성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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