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장면 파티
김복수
나는 엄마 얼굴도 모른다
나를 낳고 얼마 되지 않아 엄마가 집을 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머니 등에서 자랐다.
할머니는 나를 등에 업고 흥얼거리는 노래를 잘 부르신다
무슨 내용인지 알 수 없지만 듣고 있으면 눈물이 난다
그것이 할머니 눈물이고 한이라는 것을 나중에서야 알았다
나는 초등학교 다닐 때부터 맛있는 우유나 빵을 자주 먹었다.
늘 어스름 저녁이 되서야 돌아오시는 할머니 손에는
우유나 빵이 들려 있었다
~ 할머니 무슨 빵? ~ 하고 물으면
~네가 좋아해서 사왔지 ~ 하신다.
그러나 나는 안다 삯일을 하실 때 간식으로 준 것을
잡수시지 않고 싸가지고 오신 것을
지금도 내가 기숙사에서 집에 들르러 오는 날은
언제나 냉장고에 빵과 우유가 몇 개씩 들어 있었다.
할아버지는 낮에는 농장 일을 하시고 밤에는 글을 쓰신다
글을 참 잘 쓰신다.
문학상도 여러 번 받으시고 신문 방송에도
할아버지 시가 보도 되는 것을 보았다.
그러나 원고료는 삐약이 눈물이다
여러 문학회에서 미납회비 안내장이 종종 날아오는 것을 보면 안다
그러나 기죽지 말고 쓰라고 내 용돈은 꼬박꼬박 통장에 넣어 주신다.
그래도 나는 대학 4년 동안 책을 사서 본 것보다
복사본으로 공부 한 것이 더 많다
대학에 다니면서 집에 오는 날은 할아버지 일을 거들어 주는 날이 많다.
사과나무 지주대 새우는 날은 정말 힘이 든다
사과나무 곁에 해머로 구멍을 뚫고 그 구멍에다 쇠파이프를 꼽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 강선으로 고정 시킨다
그 힘든 작업을 할아버지 혼자 하신다.
그러다가 내가 도와드리면
오늘은 김선생이 도와서 일이 수뤌하게 된 것 같다며 그렇게 좋아 하신다
나는 의사가 되고 싶어 의대를 가고 싶었으나 돈이 너무 많이 들어서
돈이 적게 드는 교대를 선택했다
그러나 할아버지 할머니는 모임이 있는 자리마다
우리 손녀가 선생님이 될거라면서
요즈음 교대 갈려면 보통 실력으로는 턱도 없다고 자랑이 이만 저만이 아니시다
나는 월급을 받으면 할 일이 많다
할머니 틀이도 넣어 드리고 할아버지 밀린 문학 회비도 드리고
좋아하시는 고량주도 사 드리고 싶고
그리고 그리고 엄마를 꼭 한번 만나고 싶다
오늘은 초등교사 임용고시 합격 통지서를 받은 날
우리 식구 짜장면 파티를 하였다
나는 짜장면을 참 좋아한다 그래서 할아버지는 가끔 짜장면을 사 주셨다.
그런데 속이 더부룩 하시다면서 항상 일인분을 시켜 할머니와 나누어 잡수신다
나는 안다 한푼이라도 아끼시려고 그러시는 것을
그러나 오늘은 3인분을 시키고 탕수육도 주문하였다
그런데다 주인아저씨가 서비스라고 고량주도 한병 주셨다
돌아오는 길
별님도 달님도 등불을 밝히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것만 같다
나는 속으로 가만히 물어 보았다
엄마 나 예쁘게 자랐지? 하고
별님도 달님도 알았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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