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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가을에 아름다운 사람 / 나희덕

jjs2275 2014. 10. 11. 09:45




    + 가을에 아름다운 사람

    문득 누군가 그리울 때
    아니면
    혼자서 하염없이 길 위를 걸을 때
    아무 것도 없이 그냥
    그 자리에 있는 것만으로 아름다운
    단풍잎 같은 사람 하나 만나고 싶어질 때
    가을에는 정말
    스쳐가는 사람도 기다리고 싶어라

    가까이 있어도 아득하기만 한
    먼 산 같은 사람에게 기대고 싶어라
    미워하던 것들도 그리워지는
    가을엔 모든 것 다 사랑하고 싶어라
    (나희덕·시인, 1966-)

    + 가을

    고독이란 위스키를 들고 온 친구
    한 잔을 먼저 건네주고는
    취기가 깨기 전 돌아가 버리는
    예의 바른 나그네
    가을을 읊으려 할 때쯤이면
    벌써 창밖엔 흰 눈이 내린다
    취하지 않은 눈으로 가을을 보고
    사냥꾼처럼 그 영상을 잡고 싶지만
    가을은
    가슴을 휘젓고 떠나버린 사람 같아서
    가을엔 가을을 말할 수 없다
    (신명옥·시인, 1962-)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雲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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