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알몸에게 - 문정희 아침에 샤워를 하며 알몸에게 말한다 더 이상 나를 따라오지 마라 내가 시인이라 해도 너까지 시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제 나는 하루에 세 살을 더 먹었다 문득 그랬다 이제 백 년 묵은 여우가 되었다 그러니 알몸이여, 너는 하루에 세 살씩 젊어져라 너만큼 자주 나를 배반한 것은 없었지만 네 멋대로 뚱뚱해지고 네 멋대로 주름이 생겼지만 나의 시가 침묵과 경쟁을 하는 사이 네 멋대로 사내를 만났지만 그래도 그냥 너는 알몸을 살아라 책상보다 침대에서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싱싱하게 나의 방앗간, 나의 예배당이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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