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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다시 알몸에게 - 문정희

jjs2275 2008. 5. 21. 00:56

           다시 알몸에게  - 문정희
             아침에 샤워를 하며 
             알몸에게 말한다 
             더 이상 나를 따라오지 마라
             내가 시인이라 해도
             너까지 시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제 나는 하루에 세 살을 더 먹었다
             문득 그랬다
             이제 백 년 묵은 여우가 되었다
             그러니 알몸이여, 너는 하루에 세 살씩 젊어져라
             너만큼 자주 나를 배반한 것은 없었지만 
             네 멋대로 뚱뚱해지고
             네 멋대로 주름이 생겼지만
             나의 시가 침묵과 경쟁을 하는 사이
             네 멋대로 사내를 만났지만
             그래도 그냥 너는 알몸을 살아라
             책상보다 침대에서
             양귀비꽃 머리에 꽂고 싱싱하게 
             나의 방앗간, 나의 예배당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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