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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담양한재초등학교의 느티나무 - 고재종

jjs2275 2008. 7. 6. 14:14
    
                  담양한재초등학교의 느티나무 - 고재종
                     어른 다섯의 아름이 넘는 교정의 느티나무,
                     그 그늘 면적은 전교생을 다 들이고도 남는데
                     그 어처구니를 두려워하는 아이는 별로 없다
                     선생들이 그토록 말려도 둥치를 기어올라
                     가지 사이의 까치집을 더듬는 아이,
                     매미 잡으러 올라갔다가 수업도 그만 작파하고
                     거기 매미처럼 붙어 늘어지게 자는 아이,
                     또 개미 줄을 따라 내려오는 다람쥐와
                     까만 눈망울을 서로 맞추는 아이도 있다.
                     하기야 어느 날은 그 초록의 광휘에 젖어서
                     한 처녀 선생은 반 아이들을 다 끌고 나오니
                     그 어처구니인들 왜 싱싱하지 않으랴
                     아이들의 온갖 주먹다짐, 돌팔매질과 칼끝질에 
                     한 군데도 성한 데 없이 상처투성이가 되어
                     가지 끝에 푸른 울음의 별을 매달곤 해도
                     반짝이어라, 봄이면 그 상처들에서
                     고물고물 새잎들을 마구 내밀어
                     고물거리는 아이들을 마냥 간질여댄다
                     그러다 또 몇몇 조숙한 여자 아이들이
                     맑은 갈색 물든 잎새들에 연서를 적다가
                     총각 선생 곧 떠난다는 소문에 술렁이면
                     우수수, 그 봉싯한 가슴을 애써 쓸기도 하는데,
                     그 어처구니나 그 밑의 아이들이나
                     운동장에 치솟는 신발짝, 함성의 높이만큼은
                     제 꿈과 사랑의 우듬지를 키운다는 걸
                     늘 야단만 치는 교장 선생님도 알 만큼은 안다
                     아무렴, 가끔은 함박눈 타고 놀러온 하느님과
                     상급생들 자꾸 도회로 떠나는 뒷모습 보며
                     그 느티나무 스승 두런두런, 거기 우뚝한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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