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시

[스크랩] 시월 - 이문재

jjs2275 2009. 10. 27. 17:36
          
               시월 - 이문재
                  투명해지려면 노랗게 타올라야 한다
                  은행나무들이 일렬로 늘어서서
                  은행잎을 떨어뜨린다
                  중력이 툭, 툭, 은행잎들을 따간다
                  노오랗게 문든 채 멈춘 바람이
                  가볍고 느린 추락에게 길을 내준다
                  아직도 푸른 것들은 그 속이 시린 시월
                  내 몸 안에서 무성했던 상처도 저렇게
                  노랗게 말랐으리, 뿌리의 반대켠으로
                  타올라, 타오름의 정점에서
                  중력에 졌으리라, 서슴없이 가벼워졌으나
                  결코 가볍지 않은 시월
                  노란 은행잎들이 색과 빛을 벗어던진다
                  자욱하다, 보이지 않는 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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