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耳順에 / 김남조
1
이순 지났으니
그대 사랑타령도
나이값에 어울리길 빌겠어
걸핏하면
있는 피 죄다 따르어
물동이 채우던
어리궂은 상습의 짝사랑도
그대 몫의 축복에선
기실 최고이던 게야
그 사람들
사랑스러워 주었기에
이제도록 살아남고
가슴 아직 따뜻하니
얼굴 가득 미소지어주렴
너로라 귀한이라
머리 끄득여주렴
2
이순 지났으니
그대 삶타령도
나이값에 합당하길 바라겠어
萬感 다 넘쳐도
들쑤시고 아프지만은 않아
어른이시여
처음 한번 도포자락 잡아보는
평화, 왕림이라
이렇게 되면
식탁의 소금인 격으로
고통이 새로 솟아나겠어
사랑하는 한 사람이 아니고
그 천만 사람이
심령 한가운데서
아리게 붐벼야겠어
눈 내린 저물녘에
은보라빛 어둠 고이는
이 거룩한 무게
삶은 깊을 수록 有情하구나
헌 옷 입은
이순의 여인이여
낙조 / 김남조
해 저물어서야
당신께 올 수 있었지
울며 두드리던 문에 절망하고
겨울 바닷가
피의 홍수로 번지는 낙조만 바라보네
사랑이란 말은
눈부셔
못만지고
당신과 연분있는 실바람이면
간절히 껴안고 싶었었지
사람에겐 양심이라 부르는
자의식의 율법이 있다
당신의 그마음 열어주지 않으면
오던 길 천만리도 되돌아가는
이는 내 계율인 것을
흐느끼며 잠기는 노을
밤이 밑바닥까지 내려가는 수심에
천천히 이 바램을 떨군다.
출발 / 김남조
남은 사랑 쏟아줄
새 친구를 찾아 나서련다
거창한 행차 뒤에
풀피리를 불며 가는
어린 초동을 만나련다
깨끗하고 미숙한
청운의 꿈과
우리 막내동이처럼
측은하게 외로운
사춘기를
평생의 사랑이
아직도 많이 남아
가슴앓이 될번하니
추스리며 추스리며
길 떠나련다
머나먼 곳 세상의 끝까지도
갖고 가리라
남은 사랑
다 건네주고
나는 비어
비로소 편안하리니
사랑하리, 사랑하라 / 김남조
아니라 하는가
사랑이란 말
아니 비련이란 말에조차
황홀히 전율 이는
순열한 감수성이
이 시대에선
어림없다 하는가
벌겋게 살결 패이는
상처일지라도
가슴 한복판에
길을 터 달리게 하는
절대의 사랑 하나
오히려 어리석다 하는가
아니야, 아닐 것이야
천부의 사람마음
새벽숲의 젊은 연초록으로
치솟아 오름을
누구라 막을 것인가
사랑하리, 사랑하라
그대 영혼 그리고
그대 사랑하는 이의 영혼
충만하도록
그 더욱 사랑하리, 사랑하라
가난한 이름에게 / 김남조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여인을 만나지 못해
당신도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까
검은 벽의
검은 꽃 그림자 같은
어두운 향료
고독 때문에
노상 술을 마시는 고독한 남자들과
이가 시린 한겨울 밤
고독 때문에
한껏 사랑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 멋진 세상에서
얼굴을 가리고
고독이 아쉬운 내가 돌아갑니다
불신과 가난
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어딘지를 서성이는
고독한 남자들과
허무한 이별
그중 특별하기론 역시 고독 때문에
때로 골똘히 죽음을 생각하는
고독한 여인네와
이렇게들 모여 사는멋진 세상에서
머리를 수그리고
당신도 고독이 아쉬운채 돌아갑니까
인간이라는 가난한 이름에
고독도 과해서 못가진 이름에
울면서 눈 감고
입술을 대는 밤
이 넓은 세상에서
한 사람도 고독한 남자를 만나지 못해
나는 쓰일모 없이 살다 갑니다
고백 / 김남조
열. 셀때까지 고백하라고
아홉. 나 한번도 고백해 본적 없어
여덟. 왜 이렇게 빨리세?
일곱. .....
여섯. 왜때려?
다섯. 알았어. 있잖아
넷. 네가 먼저 해봐
셋. 넌 고백 많이 해봤잖아
둘. 알았어
하나반. 화내지마 ..있잖아
하나. 사랑해
평행선 / 김남조
우리는 서로 만나본 적도 없지만
헤어져 본적도 없습니다.
무슨 인연으로 태어났기에
어쩔 수 없는 거리를 두고 가야만 합니까.
가까와지면 가까워질까 두려워하고
멀어지면 멀어질까 두려워하고
나는 그를 부르며
그는 나를 부르며
스스로를 져버리며 가야만 합니까.
우리는 아직 하나가 되어본 적도 없지만
둘이 되어본 적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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