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시

[스크랩] 겨울 선운사에서 - 이상국

jjs2275 2008. 2. 20. 18:24
 
                                                                           겨울 선운사에서 - 이상국 
                                                                           누가 같이 자자 그랬는지 
                                                                           뾰로통하게 토라진 동백은
                                                                           땅바닥만 내려다보고
                                                                           절 아래 레지도 없는 찻집 
                                                                           담벼락에서 오줌을 누는데
                                                                           분홍색 브래지어 하나 울타리에 걸려 있다
                                                                           저 젖가슴은 어디서 겨울을 나고 있는지 
                                                                           중 하나가 잔뜩 허리를 구부리고 
                                                                           고해 만한 절마당을 건너가는 저녁 
                                                                           나도 굵은 체크무늬 목도리를 하고
                                                                           남이 다 살고 간 세상을 건너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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