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시

[스크랩] 남편이 좋아하는 특별한 이벤트 두 가지

jjs2275 2013. 5. 10. 23:57

 

 굄돌 책 보러가기 

   

 

 

 

전화를 할까 하다가 문자를 보낸다. 

 "어디쯤 오세요?"

혹시나 잠시 눈을 붙이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깨우게 될까봐 조심스럽다. 남편을 마중나가려면 시간을

춰 봐야 한다. 직장이 멀기 때문에 무턱대고 나갔다간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마중나가기도 전에 남편

이 먼저 집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끔은 금세 답장을 보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문자 알림 소리를

듣지 디 응답할 때도 있다. 어디쯤이라고 하면 몇 시쯤이면 차에서 내리겠구나, 하고 어림하여

마중을 간다. 물론 예상했던 시간보다 늦게 도착하여 길거리에서 한참씩 기다릴 때도 있지만 길어야

1,20분 정도 착오가 있을 뿐이다. 좀 더 기다리면 어떤가. 새벽같이 집을 나가 진종일 입에서 단내가

도록 살았을 사람인데...

 

차에서 내리는 남편의 얼굴이 환하다. 아내가 자신을 마중나왔으니 한없이 기쁜 모양이다. 기뻐하는

의 얼굴을 바라보는 나 역시 기쁘다.

 

남편은 새벽 5시 10분이면 어김없이 일어난다. 남편이나 나나 두 사람 모두 고단하게 사는 사람들이다

리를 박차고 힘차게 일어나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모른다. 그래도 그 시간을 놓치면 차가 혼잡

지고 자리에 앉아 갈 수도 없어 출근길이 훨씬 힘들다고 한다. 간단한 식사를 하고 6시쯤이면 집을

나선다. 직장까지 걸리는 시간은 1시간 30분 정도. 그 길을 날마다 왕복하고 있으니 얼마나 힘들까 싶

다.

 

그런 남편을 위해 가씩 이벤트를 벌인다. 이렇게 문득 마중을 나가거나 자동 이체 통장으로 월급이

오는 날, 따로 용돈을 챙겨 주는 것이다. 

 

 

 

 

사실 남편 전용 카드가 따로 있기 때문에 특별히 현금이 필요하진 않다. 그렇게 돈을 많이 썼

냐, 썼느냐'며 잔소리를 하거나 일일이 점검을 한 적도 없으니 아내의 눈치를 살필 필요도 

다. 즉 언제든 필요한 돈은 편하게 쓴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이렇게 현금으용돈을 챙주는 건

남편에 대한 배려이자 써비스 차원이다. 물론 큰 돈을 주는 것은 아니. 보통은 10만원, 돈 쓸 일이

것 같은 달엔 20만원이 고작이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편은 용돈을 받을 때마다 아이처럼 좋

한다. 돈을 받아서 기쁜 게 아니라 아내가 나를 위해 특별한 선물을 마련한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

일 것이다.

 

돈 벌어 먹고 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이 눈치 저 눈치 살펴야 하고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며 한 달

산다. 피눈물 나게 돈을 벌지만 월급 봉투를 만져 보는 것도 아니고 자신이 번 돈으로 맘껏 호사를

누릴 수도 없다. 이런 남편에게 건네는 이벤트용 용돈은 남편의 의기를 세워주기나 가장으로서의 체

면을 유지시켜주는 특별한 도구가 된다.  남편은 그 돈으로 과일을 사들고 오거나 딸들에게 몇 푼씩

나눠주며 선심을 쓰기도 한다.

 

살뜰하게 쓰지 않으면 어떤가. 공연한 호기를 부리면 또 어떤가. 진 빠지게 사는 남편, 잠시라도 기

쁘고 행복할 수 있으면 그만이지.

 

 

추천은 글쓴 이에게 큰 힘이 됩니다.    

출처 : 내남없이
글쓴이 : 굄돌 원글보기
메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