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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슬프다고 말하지 말자 / 이기철

jjs2275 2014. 4. 20. 21:21


      + 따뜻한 슬픔

      어떤 슬픔들은 따뜻하다.
      슬픔과 슬픔이 만나 그 알량한 온기로
      서로 기대고 부빌 때, 슬픔도 따뜻해진다.
      따뜻한 슬픔의 반대편에서 서성이는 슬픔이 있다.
      기대고 부빌 등 없는 슬픔들을 생각한다.
      차가운 세상, 차가운 인생 복판에서
      서성이는 슬픔들...
      (조병준·시인, 1960-)



      + 슬프다고만 말하지 말자

      저렇게 푸른 잎들이 날빛을 짜는 동안은
      우리 슬프다고만 말하지 말자
      저녁이면 수정 이슬이 세상을 적시고
      밤이면 유리 별들이 하늘을 반짝이고 있는 동안은,
      내 아는 사람들 가까운 곳에서
      펄럭이는 하루를 씻어 널어놓고
      아직 내 만나지 못한 사람들
      먼 곳에서 그날의 가장 아름다운 꿈을 엮고 있는 동안은,
      바람이 먼 곳에서 불어와 머리카락을 만지고
      햇빛이 순금의 깁으로 들판을 어루만지는 동안은,
      우리들 삶의 근심이 결코 세상의 저주가
      되어서는 안 된다
      밤새 꾸던 꿈 하늘에 닿지 못하면 어떠랴
      하루의 계단을 쌓으며
      일생이라는 건축을 쌓아 올리는 사람들,
      우리 슬프다고만 말하지 말자
      그 아름답고 견고한 마음들 눈감아도 보이는 동안은
      그들 숨소리 내일을 여는 빗장 소리로
      귓가에 들리는 동안은
      (이기철·시인, 1943-)







      출처 : ♣ 이동활의 음악정원 ♣
      글쓴이 : 雲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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