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글. 시

봄의 금기 사항 - 신달자

jjs2275 2006. 3. 23. 00:11
  
               봄의 금기 사항    - 신달자-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그저 마음 깊은 그 사람과 
                 나란히 봄들을 바라보아라 
                 멀리는 산 벚꽃들 은근히 
                 꿈꾸듯 졸음에서 깨어나고 
                 들녘마다 풀꽃들 소근소근 속삭이며 피어나며
                 하늘 땅 햇살 바람이 
                 서로서로 손잡고 도는 봄들에 두 발 내리면 
                 어느새 사랑은 고백하지 않아도 
                 꽃 향에 녹아 
                 사랑은 그의 가슴속으로 스며들리라 
                 사랑하면 봄보다 먼저 온몸에 꽃을 피워내면서 
                 서로 끌어안지 않고는 못 배기는 
                 꽃술로 얽히리니 
                 봄에는 사랑을 고백하지 마라
                 무겁게 말문을 닫고 
                 영혼 깊어지는 그 사람과 나란히 서서 
                 출렁이는 생명의 출항 
                 파도치는 봄의 들판을 
                 고요히 바라보기만 하라                             

'좋은 글. 시' 카테고리의 다른 글

힝기스/부파티vs네스터/리홉세바 2세트  (0) 2006.04.16
슬픈 나무 - 이정하  (0) 2006.04.08
오해 - 반칠환-  (0) 2006.03.15
미운 사람 다시 보기 - 채련-  (0) 2006.03.07
김종원 시집 한권씩 가져가..  (0) 2006.03.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