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다시 알몸에게 - 문정희 다시 알몸에게 - 문정희 아침에 샤워를 하며 알몸에게 말한다 더 이상 나를 따라오지 마라 내가 시인이라 해도 너까지 시인이 되어서는 안 된다 어제 나는 하루에 세 살을 더 먹었다 문득 그랬다 이제 백 년 묵은 여우가 되었다 그러니 알몸이여, 너는 하루에 세 살씩 젊어져라 너만큼 자주 나를 배반한.. 좋은 글. 시 2008.05.21
[스크랩] 오월 - 피천득 오월 - 피천득 오월은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한 살 청신한 얼굴이다 하얀 손가락에 끼여 있는 비취가락지다 오월은 앵두와 어린 딸기의 달이요 오월은 모란의 달이다 그러나 오월은 무엇보다도 신록의 달이다 전나무의 바늘잎도 연한 살결같이 보드랍다 연한 녹색은 나날이 번져가고 있다 어느.. 좋은 글. 시 2008.05.11
[스크랩] 기다림의 나무 - 이정하 기다림의 나무 - 이정하 내가 한 그루 나무였을 때 나를 흔들고 지나가는 그대는 바람이었네 세월은 덧없이 흘러 그대 얼굴이 잊혀 갈때쯤 그대 떠나간 자리에 나는 한 그루 나무가 되어 그대를 기다리리 눈이 내리면 늘 빈약한 가슴으로 다가오는 그대 잊혀진 추억들이 눈발 속에 흩날려도 아직은 황.. 좋은 글. 시 2008.05.06
[스크랩] 사월이 오면 사월이 오면 그대 잠자던 숲이 일어나 초록 바람으로 올 것만 같아 은빛 부서지는 사월의 강변에서 서 있겠습니다 사월이 오면 그대 수수꽃다리 진한 향기 토해내며 꽃 바람으로 올 것만 같아 하얀 목련이 섧게 떨어지는 사월의 꽃밭에서 누워 있겠습니다 꽃보다 향기로운 그대 환한 미소를 처음 만났.. 좋은 글. 시 2008.04.22
[스크랩] 제비꽃에 대하여 - 안도현 제비꽃에 대하여 - 작사:안도현 작곡:김현성 노래:양희은 제비꽃을 알아도 봄은 오고 제비꽃은 몰라도 봄은 간다 제비꽃에 대해 알기 위해서 따로 책을 공부할 필요는 없지 연인과 들길을 걸을때 잊지 않는다면 발견할 수 있을꺼야 그래, 허리를 낮출 줄 아는 사람에게만 보이는 거야 자줏빛이지 자줏.. 좋은 글. 시 2008.03.18
[스크랩] 겨울 선운사에서 - 이상국 겨울 선운사에서 - 이상국 누가 같이 자자 그랬는지 뾰로통하게 토라진 동백은 땅바닥만 내려다보고 절 아래 레지도 없는 찻집 담벼락에서 오줌을 누는데 분홍색 브래지어 하나 울타리에 걸려 있다 저 젖가슴은 어디서 겨울을 나고 있는지 중 하나가 잔뜩 허리를 구부리고 고해 만한 절마당을 건너가.. 좋은 글. 시 2008.02.20
[스크랩] 그 따뜻한 사랑 - 하영순 어쩌다 한번씩 미치도록 그리운 사람 어쩌다 한번씩 미치도록 보고픈 사람 이제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그 사람 해질 무렵이면 더욱 생각나는 사람 따뜻하고 포근하고 참아암 고운 사람 작은 체구에 지구보다 우주보다 더 큰 사랑을 가득 채워 담은 그 사람 가끔 아주 가끔 그립고 보고픈 그 사람 詩: .. 좋은 글. 시 2008.02.05
[스크랩] ☆오매,미친년 오네 고정희 ―프라하의 봄·8 오매, 미친년 오네 넋나간 오월 미친년 오네 쓸쓸한 쓸쓸한 미친년 오네 산발한 미친년 오네 젖가슴 도려낸 미친년 오네 눈물 핏물 뒤집어쓴 미친년 오네 옷고름 뜯겨진 미친년 사방에서 돌맞은 미친년 돌맞아 팔다리 까진 미친년 쓸개 콩팥 빼놓은 미친년 오네오오 오월 미.. 좋은 글. 시 2007.12.14
[스크랩] 12월에 오신다 하여 - 호미숙 12월에 오신다 하여 - 호미숙 오소서, 그대여 동구 밖 12월 소식에 바람의 문을 열어두고 그대를 기다립니다 일기예보의 하얀 눈 소식에 백설로 길 잃을까 눈 쓸고 표시해두었습니다 코끝 시린 겨울 안부에 당신 머무를 사랑방에 화롯불 피워 놓았습니다 찬 바람을 몰고 온다기에 털실로 짠 커튼으로 문.. 좋은 글. 시 2007.12.03
[스크랩] 가을의 러브레터 - 오광수 가을의 러브레터 - 오광수 연분홍 편지지가 너무나 잘 어울리는 고운 당신께 편지를 씁니다 여름의 꽃밭에서 까만 분꽃씨를 받아 당신께 드립니다 당신을 기다리는 타는 가슴이지만 연분홍 꽃을 피운 분꽃이랍니다 이젠 오세요 하늘이 눈이 시리도록 파랗게 되면 당신의 아름다움이 산에도 피어나고 .. 좋은 글. 시 2007.10.16